Life Story

나누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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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는봄에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바로 봄아이들이 우유를 주어 거두게 된 길냥이 '봄이'이다. 3마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우리 곁을 지켜주고 있다.

 

 퇴소한 아이들도 직원 안부는 안물어도 봄이 소식은 물을 정도로 사랑받는 고양이다. 그러나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봄이'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남친 '네로'다. 아이들은 봄이를 두고 바람핀 못된 고양이라고 구박을 했지만, 밖에서 애처롭게 우는 '네로'를 내치지 못해서 '봄이'는 사무실에다 밥을 주고, 네로는 현관 입구 한 구석에 밥을 주어 거의 6개월을 함께 했다. 그런데 3주 전부터 네로가 보이지 않는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새벽이면 봄이와 함께 나를 맞이하던 그 녀석이 없어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기 이를데 없다.

 

 오늘은 모처럼 봄이에게 특별 간식으로 참치 캔을 따주는데, 나도 모르게 혹시 네로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에 절반을 남겨 두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문득 집나가 소식 끊기 아들을 위해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며  더운 밥 한그릇을 따로 퍼놓는 어미의 심정이 바로 이런 거겠구나 싶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돌아온 탕자'로 이어졌다. 방탕한 생활로 미리 받은 유산을 탕진하고 거지꼴로 돌아온 아들을 죽은 자식이 살아온 것처럼 기뻐했다는 그 이야기 속의 아비심정은 또 어떠하랴?

 

들냥이 네로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피값주어 사신 우리 인간들을 기다리시는 하나님 마음은 오죽할까 ?라는 제법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최근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라는 책을 낸 진중권 교수는 스스로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며 또 다른 애묘인 안희정 지사한테 편지를 쓸 정도로 고양이 루비에 푹 빠져있다. 지금까지 배신의 흑역사를 겪은 우리 봄아이들은 말을 믿지 않는다. 도리어 상대방이  무심코 보이는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동일한 논리로 내 세치 혀에서 나오는 말보다는 작고 하찮은 들냥이 봄이에게 하는 작은 사랑을 보면서 서서히 내 진정성을 믿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 봄이 집사를 자처한다.

 

" 사랑하는 봄이야!!친구 '네로'도 좀 찾아보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다가 천국에서 만나자"

 

p.s 속설로, 애완동물은 천국문앞에서 자기 주인들을 기다리면서 맞을 준비를 한단다. 그런데 정작 주인은 천국을    못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 한 우리는 반드시 만나고야 말 것이리라. 아니 만나야만 한다(지옥 가기 싫어~)


4 Comments     5.0 / 3
  4 virdei 2017.02.09 11:33  
우리집에도 찾아오는 교양이가 서너마리쯤 되나? 겨우내 앞뜰에 밥을 내주었더니 어느새 왔다가는지 그릇이 비어서~
종일 무얼하며 지내는지~ 저들끼리 어울려 지낼꺼라 여기지만 궁금하기는 하네요
'네로'~ ㅋㅋ 로마에가서 불장난 하고 있지 않을까?
  4 나는봄이영아 2017.02.09 16:02  
ㅎㅎ 털이 완전 까매서 아이들이 검은고양이 '네로'라고 붙인거랍니다.
자기들이나 들고양이나 '나는봄쉼터'가 없으면 결국 같은 처지일 수도 있다는 통찰을 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아기같은 강아지보다 고고하고 독립적인 고양이가 훨씬 더 영적으로 성숙한 동물 같아요^^
4 virdei 2017.02.09 16:41  
그러게요~ 그래서인지 고양이랑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더라구요 강아지보다, 우리 진돌이는 쉬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 고양이들은 주변을 맴돌고 다가오려고 하지 않아 괘씸히 생각될때가 있어서 ㅜㅜㅜ 시중노릇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는데 ~
  M MIDONG 2017.02.10 10:14  
반려동물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자기가 받은 상처를 상처받은 생명을 돌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새 치유하는 거죠. 전 디스크가 재발해서 요즘 고생하고 있습니다.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내려가서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드네요. 건강이 재산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몸이 불편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미동 식구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예요.